정치관련

이명박의 미래는 전두환?

낙엽군자 2009. 8. 11. 10:52

이명박의 미래는 전두환?  
[기고] 박성래 KBS 기자

2009년 08월 05일 (수) 12:29:39 박성래 KBS 기자 (
pasura@kbs.co.kr)  


이명박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곳곳에서 반발과 함께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기라는 비판마저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주제로 <대한민국은 왜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가질 수 없는가?>라는 책을 출간한 박성래 KBS 기자가 글을 보내왔다. 박 기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한나라당 1진 출입기자로 근접취재한 바 있다. - 편집자주


요즘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 조바심이 느껴진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KBS 보도본부의 경우만 해도 뉴스 시청률이 조금만 떨어지면 비상이 걸린다. 지지율이 그렇게 떨어진 대통령이 조바심을 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어느 면에서는 열심히 일하게 되는 채찍 역할도 되니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이른바 친서민 행보가 그렇다. 대학 등록금을 후불제로 한다든지, 생계형 150만 명 사면이라든지, 잠자는 소득세 환급금을 찾아준다든지 하는 정책들이다. 해외 순방을 가서도 열심이다. 해외 에너지 확보, 투자 유치를 위해 밤낮 강행군이란다. 한-EU FTA라든지, 에릭슨의 대규모 투자유치계획 발표도 그렇다. 물론 너무 조바심을 내는 바람에 망신을 좀 사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행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행보를 통해 국민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다. '저는 국민 여러분들께 이렇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일로 화가 많이 나셨겠지만 대통령이 이런 이익을 줄 수 있으니 고정하세요'라는 얘기로 들린다. 적어도 내 귀에는 그렇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골목상가를 방문해 튀김집에서 어묵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모르긴 해도 밑바탕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깔려 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억압한다고 욕을 많이 먹었지만 결국 국민들에게 잘 먹고 잘 살게 해 줌으로써 존경을 받은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들에게 '이익'을 줌으로써 훌륭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얻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다른 허물들을 덮을 수 있다고 이 대통령은 생각하는 것 같다. 소위 '경제 대통령론'이다.

박정희의 길과 전두환의 길

이런 길은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길에 가깝다. 통계를 보니 박 전 대통령 집권 18년 동안 실질경제성장률이 8.5%였는데, 전 전 대통령 집권 7년 동안은 9.3%였다. 수치로만 보면 전 전 대통령이 최고의 경제 대통령이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 인기 순위를 조사해보면 박 전 대통령은 부동의 1등이고 전 전 대통령은 거의 매번 꼴찌다. 도대체 이런 조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잘 먹고 잘 살게 해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가령, 길을 가다가 동남아 노동자들을 만나면 느끼는 묘한 자부심이 있다. 그 노동자가 우리보다 공부도 잘하고 인격적으로 더 훌륭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거의 위축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는 제법 떵떵거리는 한국인이고 그네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온 노동자니까.

이런 자부심이 정당하고 당연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이다. 한국인들은 은연중에 이런 자부심이 박 전 대통령 덕분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못 입고 못 먹는 지지리도 궁상맞은 나라, 외국인만 만나면 왠지 모르게 기가 죽었던 나라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열등감을 떨치고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만든 사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고 여기는 게 아닐까? 박 전 대통령은 이익과 동시에 '명예'를 가져다 주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는 하나만 있고 하나가 없다. 오히려 사람들은 전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했다고 보는 것 같다.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본다.

여기까지 공감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가깝다는 것에도 공감하시리라 생각한다. 돌이켜 보자. 내가 알기로 대한민국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처럼 경제를 살려달라면서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그런데 여기에는 '경제를 살려서 우리를 자랑스럽게 만들어 달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어도 좋으니 경제만 살려달라'고 표를 찍은 국민들은 많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큰 폭으로 떨어진 이 대통령 지지율이 그 증거다. 이 대로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성공해봤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물론 그보다 사정이 나쁠 수도 있다.  

  
  ▲ 전두환 전 대통령 ⓒ노컷뉴스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가?

아무리 봐도 이명박 대통령은 '사람이 떡으로만 산다'고 믿는 것 같다.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떡 하나 주면, 혹은 둘을 주면 결국 잠잠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민들이 대통령을 좋아하도록 만들려면 떡 말고 다른 것도 필요하다. 좋은 대통령이라면 국민들에게 떡 말고 다른 것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자랑스러워 할만한 대한민국 말이다.

사족 같지만 김연아 선수 이야기를 덧붙인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좋아하는 선수다. 김연아 선수가 먹을 걸 줘서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입을 걸 줘서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 선수 김연아 선수는 단지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해줄 뿐이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 박성래 KBS 기자.  

*KBS 박성래 기자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이명박 캠프 1진 출입기자였으며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을 비교한 책 <대한민국은 왜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가질 수 없는가?>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