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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종교의 탄생 - 터키의 ‘괴베클리 테페’ 유적지

낙엽군자 2018. 6. 28. 10:48
 

 

종교의 탄생

터키의 ‘괴베클리 테페’ 유적지

[글과 지도와 사진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2011년 6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우리는 농업이 도시를 일으키고 훗날 문자와 예술, 종교를 탄생시켰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인 터키의 '괴베클리 테페'는 신을 경배하려는 욕구가 문명을 태동시킨 계기였음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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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남부의 한 외딴 산꼭대기에서는 가끔씩 문명 태동의 현장이 재현되곤 한다. 재현하는 이들은 바로 만원 버스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터키인이고 간혹 유럽인도 섞여 있다. 관광버스들은 엉성하게 포장된 꼬불꼬불한 산길을 힘겹게 올라와 돌문 앞에서 육중한 전함이 정박하듯 움직임을 멈춘다. 그러면 관광객들이 생수병과 MP3 플레이어를 주섬주섬 챙기며 버스에서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관광객들은 뿔뿔이 흩어져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윽고 꼭대기에 도달한 이들은 너무 놀라 입을 벌린 채 다물 줄을 모른다.

이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수십 개의 거대한 돌기둥이 원형으로 겹겹이 배열된 모습이었는데, 각 기둥은 옆 기둥에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괴베클리 테페’라고 부르는 이 유적지는 영국의 거석 구조물인 스톤헨지를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스톤헨지보다 훨씬 전에 세워졌고, 돌덩이를 대충 깎아 만들지 않고 매끈하게 잘라낸 석회암 기둥에 가젤, 뱀, 여우, 전갈, 사나운 멧돼지 따위의 동물을 양각으로 새겨놨다.

전체 구조물은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보다 7000년 앞선 약 1만 1600년 전에 세워졌다. 여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 돌기둥들이 세워졌을 당시 세계 어느 곳에도 이와 견줄 만한 구조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괴베클리 테페가 세워졌던 시대에 인류의 상당수는 소집단으로 떠돌아다니며 식물을 채집하거나 야생동물을 사냥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런 거대한 구조물을 세우는 일은 유례없이 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있어야만 가능했을 것이다. 놀랍게도 이 신전을 지은 사람들은 수레나 짐을 나르는 동물 따위가 없었는데도 16t이나 되는 돌들을 자르거나 다듬고 운반할 수 있었다.

괴베클리 테베에 참배하러 왔던 최초의 순례자들은 아직 문자, 금속, 도기가 발명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었다. 산 밑에서 신전을 향해 다가가는 이들의 눈에 거대한 돌기둥은 마치 뻣뻣이 서 있는 거인처럼 보였을 것이다. 또한 불빛을 받아 그림자를 드리우는 돌기둥의 동물들은 이제 막 인간의 마음속에 떠오르기 시작한 영혼의 세계에서 온 사신처럼 보였을 것이다.

1만 1600년 전 터키 남부 지방에 세워진 신전인 괴베클리 테페의 돌기둥들. 가장 큰 것이 높이 5.5m에 달한다. 전면에 있는 돌기둥에 새겨진 인물 형상을 보면 로인클로스(허리에 둘러 입는 옷)가 드리워진 허리띠 위에 양손이 위치해 있다.

수렵과 채집을 하던 고대인들이 세운 종교 성지인 괴베클리 테페에는 사람들이 거주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영국의 스톤헨지보다 7000년이나 앞선 이 신전은 지금까지 전체 면적의 10분의 1도 발굴되지 않았지만,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

5톤이나 나가는 석회암 기둥에 으르렁거리는 맹수의 조각상이 돌출되어 있다. 이 석회암 기둥은 장인들이 인근 채석장에서 수레나 소ㆍ말 등 사육 짐승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운반해 온 것이다.

터키 동남부 지방의 일부 농민들은 오늘날에도 낫으로 밀을 수확한다. 이곳에서는 최초로 외알 밀을 재배했는데, 괴베클리 테페 신전을 찾은 많은 참배객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려는 시도가 그 계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터키 남부, 시리아 북부, 이라크의 여러 신석기 시대 유적지에는 세계 최초의 조직화된 종교의 출현을 암시하는 단서들이 산재해 있다. 가장 흔하게 만들어진 우상은 이제 막 형성된 인류의 정착지 너머에서 배회하는 멧돼지를 비롯한 위험한 동물들의 모습이다. 여기 사진 속에 나오는 멧돼지 형상의 조각상은 괴베클리 테페에서 출토됐다.

돌에 양각된 남자와 여자로 보이는인물들. 종교적 집회에서 춤을 추는 제관(祭官)들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의 조직화된 종교에서 흔히 발견되는 또 하나의 상징적 동물은 뱀이다. 이 뱀 형상은 네발리 초리에서 출토된 사람의 머리 뒤통수에 새겨져 있었다. 터키 남부에 있는 샤늘르우르파 박물관에서 사진 촬영.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인 괴베클리 테페에서 14km 떨어진 터키 동남부에서 발견된 실물 크기의 인간 조각상. 만들어진 시기는 BC 8000년경으로 추정된다. 수렵-채집 사회가 점차 복잡한 사회구조로 바뀌면서 인간과 신의 모습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T자 모양의 돌기둥에 세련되게 양각해 놓은 독수리, 전갈 따위의 동물 형상은 숙련된 장인들이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수렵과 채집을 하던 고대인들에게도 복잡한 사회 구조를 갖출 만한 능력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괴베클리 테페 부근의 석회암 언덕에서 고고학자들은 일부분만 채석된 돌기둥을 발견했다. 멀리 보이는 언덕이 괴베클리 테페 유적지다.


몸통이 긴 여우 형상이 새겨진 돌기둥 하나가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다. 훼손되기 쉬운 이런 양각 그림들을 보존하기 위해 고고학자들은 올해 이 유적지에 지붕을 씌울 계획이다.

 

출처 : 라라와복래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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