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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 비밀 뒷담화해도 명예훼손

낙엽군자 2008. 4. 16. 21:20

블로그에서 비밀 뒷담화해도 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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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저널리즘 2008/02/25 02:36

인터넷 블로그에서 '일대일 비밀대화'를 통해 제 3자를 비난한 데에 대법원이 명예훼손죄를 인정했다.  많은 블로거들이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과연?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혐의로 기소된 허모(53.회사원)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 대법원 2007도8155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명예훼손) (2008. 2. 14.) -

검찰은 "정보통신망을 이용,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유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허씨를 기소했으나 1ㆍ2심 재판부는 "일대일 비밀대화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법원은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 사실을 유포했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충족한다"며 "일대일 비밀대화라는 이유만으로 공연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 됐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일대일'로  비밀대화를 했지만 그래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까닭은 대법원이 소위 '전파성(傳播性) 이론'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 가운데 '공연성(公然性)을 규정함에 있어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와 관해   특정한 한 사람에게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특정의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전파성 이론이다.

전파성 이론은 1968년 대법원 판결 (1968.12.24. 68 도 1569)이래 지금까지 확고한 판례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학계의 다수설(판례를 지지하는 학자를 찾아볼 수 없기에 통설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은 대법원의 전파성 이론을 부정한다. 대학에서도 판례의 입장을 가르치는 교수가 없어서 법대생 가운데서도 판례의 태도를 지지하거나 이해하는 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을 정도다. 

다수설이 판례의 전파성 이론을 부정하는 논거로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며 가벌성의 범위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된다는 점, 범죄의 성립여부가 행위자가 아닌 상대방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  전파성이라는 기준이 모호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에 따라 다수설은 공연성을 규정함에 있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직접인식가능성설'을 주장한다.

대법원의 태도는 이해할 여지가 없는 부당한 태도일까? 그러나 그렇게 많은 학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전파성이론을 고수하고 있다. 전파성 이론은 어떤 타당성을 가지고 있기에 대법원은 대부분의 학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태도를 바꾸지 않을까?  이론적으로는 다수설이 타당한 것 같지만 구체적인 사건을 두고 판단하면 대법원의 태도도 납득할 수 있다.

우선, 형법의 명예훼손죄는 '추상적위험범'이다.  '추상적위험범'이란 보호법익(명예)이 현실적으로 침해되었을 것을 요하지 않고 단순히 침해될 우려만 있으면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이에 반해, 보호법익이 현실적으로 침해되어야만 범죄가 성립하는 것을 '침해범'이라고 한다-

그런데 다수설처럼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만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면 사실상 이미 명예가 침해된 것과 차이가 없어진다.  즉, 명예훼손죄는 '침해범'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린다. 추상적위험범으로서의 명예훼손죄는 존재의미가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다.

또, 현실적으로 보자.  명예훼손죄가 문제가 되어 재판까지 벌어지게 된 상황이다. 이 상황은 어떤 상황일까? 남을 헐뜯는 일대일의 비밀대화가 명예훼손 당사자에게까지 알려진 것이다. 일대일의 비밀대화가 명예훼손 당사자에게까지 알려졌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명예훼손의 내용이 뒷담화로 비밀리에 돌고 돌고 돌다가 마침내 당사자에게까지 알려진 것이다.

이 경우, (1대1로, 혹은 몇 명에게) 비밀리에 대화를 했기 때문에 다수설처럼 무죄라고 해버리면 모순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즉, 문제가 커져서 법적으로 소송으로까지 발전한 경우라는 것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인식할 정도로 문제가 되었다고 할 것인데,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무죄라고 한다면 학자들의 주장은 '자가당착'이라 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또, 명예훼손이 벌어지는 양태를 따져 보자.  명예훼손이라는 반사회적 표현을 하는 사람 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인식할 수 있게" 명예훼손 발언을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정치인이나 언론인이 아닌 이상, 일반인의 경우 대부분은 몰래 몰래 뒷담화로 명예훼손 발언을 퍼뜨린다.  -참고로 언론인을 상대로 발언할 경우는 판례는 직접인식가능성설과 비슷한 태도를 취한다. 즉, 기자를 통해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는 기자가 아직 기사화하지 않은 경우에는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

다수설을 따르면 이러한 일반인의 명예훼손사건의 경우는 상당부분을 처벌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기며 피해자는 피해를 입고도 그 어디에도 하소연하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가해자 보호에 치우쳐 반사회적 행동을 한 가해자는 보호하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도외시하는 부당한 처사다. 

판례의 태도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꼭 그러한 것만도 아니다.  말하는 대상이 피해자와의 특수관계상 소문을 퍼뜨릴 수 없는 관계일 때는 무죄가 되며, 무엇보다도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조각사유 특칙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형법 제 310조에서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위법성 조각사유로서 피해자의 승낙이 있거나 정당행위일 경우에도 처벌하지 않는다- 

이 처럼 '전파성 이론'을 부정하는 다수설은 이론적으로는 타당한 듯하지만 현실적으로 구체적인 사건을 두고 볼 때는 설득력이 전혀 없으며 사건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다수설과 많은 블로거들이 이번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 판결은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법원이 태도를 변경해 그런 경우 무죄라고 판결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처음부터 반사회적인 명예훼손 발언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 나쁜 행동을 하더라도 말을 전하는 상대를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책임은 스스로 져야한다.

남을 헐뜯는 뒷담화는 가급적 하지 말기를... 상대방은 그 말을 다시 퍼뜨릴 때 단장취의하고 중요한 부분을 빼버리고 엉뚱한 내용을 붙여놓는다.  그 상대방은 문제가 커졌을 때, "처음 말을 전한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고 변명하면서 자기의 책임을 줄일 것이다. 결국 뒤집어쓰게 된다.  스스로 말을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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