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관련

영어나라되면 한국망하고 국민 못산다!

낙엽군자 2008. 2. 12. 21:39
영어나라되면 한국망하고 국민 못산다!
"인수위원회는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인도와 필리핀 꼴을 봐라"
 
이대로 칼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도 전부터 인수위가 영어 열병을 부채질하기에 바쁘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군대에 가지 않게 하겠다. 초등학교부터 영어 몰입 교육을 시행하겠다. 반대론자는 빼고 영어 교육정상화 공청회를 하겠다. 영어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교원을 확충하는 게 시급하다고 보고 1조7천억 원의 국고지원을 통해 영어 전용 교사 2만3천 명을 2013년까지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는 등등 미국과 영어 학원 사장이 좋아할 말들을 하루가 멀다고 발표하고 있다. 한마디로 영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나는 김영삼 정부가 얼빠진 세계화를 외치며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영어 조기교육을 하겠다고 나설 때 나라를 망칠 잘못된 정책이라 외치며 앞장서서 반대한 일이 있다. 그런데 진짜 그 몇 년 뒤인 1997년에 국제통화기금의 경제 식민지가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라는 외국 기업의 놀이터가 되었고 노숙자가 생겼고 많은 국민이 살기 힘들게 되었다. 어떤 이는 국제통화기금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말하는데 속에 상처는 그대로 두고 겉 상처만 봉합한 것이다. 오히려 알맹이는 외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어 껍데기만 우리 기업이고 이전보다 경제 체질이 약해졌다.

이제 이명박 당선인이 자리에 앉기도 전부터 영어 나라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나는 분명히 다시 말한다.

“영어 나라 만들기는 많은 국민을 더 살기 힘들게 만들고 나라를 망칠 못된 정책이다! 당장 영어 섬기기 그만하고 겨레말과 얼을 지키고 빛내어 튼튼한 나라를 만들어라! 또 다시 얼빠진 정책으로 쓰러지면 진짜 다시 일어날 수 없게 된다!”

▲  어린 아이와 함께 외국인들에게 구걸하는 인도 여인들
 
영어 나라를 만들려는 자들은 영어를 온 국민이 잘해야 잘 사는 나라가 되고 국민이 행복하게 살 것처럼 떠벌리고 있다. 그리고 영어를 공용어로 해야 한다면서 어떤 지방자치단체는 간부 회의를 어설픈 영어로 하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영어로만 수업을 하겠다고 한다. '영어 마을'을 만든다고 수백억 원을 쓰더니 '잉글리쉬 죤'을 만들려고 수천억 원을 쓴다고 했다.


나는 며칠 전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인도에 가 보았다. 혹시나 내가 영어 공용어를 반대하는 게 나라와 국민을 그르치는 일이 아닌가 염려가 되기 때문에 100년이 넘게 영어를 공용어로 한 인도는 얼마나 잘 살고 그 국민이 행복하게 사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다.

그런데 그 나라의 수도인 뉴델리 공항에서부터 그 주변 도시와 관광지를 돌아보면서 실망을 넘어 절망을 했다. 인도인의 생활상을 보려고 여행사 일정으로 관광지를 돌지 않고 며칠은 자유여행을 하고 며칠은 여행사를 따라다녀 봤다. 대낮에 관광호텔 앞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검은 연기가 불난 거처럼 피어오르는 영어 공용어 나라, 이 지구상에 이렇게 지저분하고 가난하고 거지가 많은 나라도 또 있을까 싶었다. 지금 나는 중국 대학에서 중국 대학생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느라고 중국에 살고 있는데 중국에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살기 힘든 나라였다. 도로는 좁은데 자동차와 오토바이에다가 사람과 소와 돼지와 염소까지 뒤범벅이고 자동차 경적과 소똥 때문에 거리를 마음 놓고 걸을 수가 없었다.

수도인 델리는 말할 거 없고 작은 도시인 아그라, 바라나시 등 어디에나 건물 구석이나 길가에서 먹고 자는 사람과 구걸하는 사람이 즐비했다. 외국인이 나타나면 '릭샤'라는 인력거꾼과 거지와 잡상인이 떼로 몰려와 둘러싸고 따라다니는 바람에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다. 경찰이 잘못도 없는 관광 안내인을 붙들고 돈을 뜯고, 바라나시 공항에서는 공항 직원이 아무 문제도 없는 관광객을 붙들고 영어로 10달러만 주면 잘 모시겠다고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영어 잘하는 인도 국민이 아닌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나라에서 태어난 애들이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아름다운 유적 타지마할
인류 4대 문명의 발상지이고 종교와 철학의 나라라는 11억 인구를 가진 큰 나라, 타즈마할 같은 아름다운 유적과 석가모니 부처가 처음 설법한 성스런 녹야원이 있다기에 신비스럽게 생각하고 가슴 설레며 간 인도, 100년이 넘게 영어를 공용어로 해서 떠오르는 경제 부흥장소라고 우리 언론이 떠벌리는 인도가 실제로 가보니 숨이 막힐 정도로 매연이 심하고 환경도 지저분하고 부정과 부패가 심해서 그곳을 떠나는 비행기에 타고서야 "이제 살아서 서울에 가는군!" 긴 안도의 숨을 쉬며 서울에 왔다.


인도의 대부분 국민이 이렇게 좋지 않은 환경에서 가난하고 지저분하게 사는데, 일부 계층은 황제 같은 호화생활을 한다고 한다. 실제로 뉴델리란 신도시는 깨끗하고 좋은 집이 많았고 옛 성을 호텔로 만든 찻집과 음식점에 가보니 비싼 음식을 여유롭게 즐기는 인도인과 외국인이 가득했다. 빈부 격차가 매우 심하고 영어는 부자와 관리와 지배 계층이 쓰는 언어였고 대부분의 인도인은 힌두어와 종족 고유어를 쓰고 방송도 거의 힌두어였다. 완전히 빈부격차가 심한 언어계층사회였다.

▲  인도의 한 도시 버스터미널 간판, 거리 간판은 거의 모두 힌두어였다
 
그런데 인도인들은 거지꼴로 살아도 운명으로 여기고 행복감을 느끼고 산다고 한다. 종족도 많고 여러 언어를 가진 나라여서 어떤 종족은 가정에서는 종족 언어를 쓰고, 그 주의 정부는 또 다른 민족어를 공용어로 하기에 집 밖에서는 주 정부의 언어를 쓰면서 학교와 관공서에는 힌두어와 영어를 쓰기 때문에 매우 불편하고 힘든데도 아무 불평이 없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인력거를 끄는 사람도 영어를 잘하지만 세수는 언제 했는지 새까맣고, 거지도 "할로, 할로!" 하면서 더러운 손을 내밀었다. 나는 어렸을 때 6.25 전쟁을 겪고 가난하게 산 세대인데 영어 공용어 나라 인도는 그 정도가 아니었다.


아!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영어 잘하는 인도인이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서울에 오니 새 정부를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나라의 세금을 물 쓰듯이 하면서 영어 나라를 만들겠다고 목에 핏대를 올리고 있지 않은가! 15년 전에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필리핀에 가서 그 국민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인도를 가보니 그 환경과 국민이 참담할 정도로 어두웠다. 국민 30%가 빈민이란다. 그래서 우리와 일본은 영어를 못해도 더 잘살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서울에 왔다. 그런데 영어 나라를 만들겠다는 무리가 판치고 있으니 속이 뒤집혀 1년 전에 먹은 거까지 토하고 싶었다.

15여 년 전 영어 조기교육을 시행한다고 하고 얻은 게 무엇인가? 피땀 흘리며 일군 나라를 국제 투기꾼에 먹히고 어렵게 번 돈을 모두 영어 공부에 바치고, 기러기 아빠가 되고, 가정이 파괴되고, 겨레말이 병들고, 알짜를 외국 기업이 차지한 속이 빈 나라가 되었다. 정부가 영어가 무슨 요술방망이로 선전해서 온 국민을 영어 강박감에 시달리게 하였다. 영어 조기교육, 지나친 영어 숭배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다. 영어 교육을 더 강화할 게 아니라 오히려 이런 정책을 제안하고 부채질하고 만든 언론인과 기업인과 시행한 대통령과 교육부장관을 지낸 자들을 심판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영어를 잘하면 좋다. 열심히 공부하고 잘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서두르고 목숨 바칠 일이 아니다. 중, 고교의 영어 교재와 교육 방법과 환경을 개선하고 영어 교사의 자질을 높이되 나라의 온 힘을 거기에 들일 일이 아니다. 오히려 국어와 과학과 기술과 인격과 건강 교육을 먼저 잘하고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와 일본어와 또 다른 외국어를 필요한 사람이 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영어엔 수십 조원을 바치면서 국어 공부엔 100억 원 밖에 쓰지 않으니 그 10%도 안 쓴다.

인도 방송에서도 우리 <대장금>을 방영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말로 우리 문화를 꽃피워 외국에 수출하는 데 힘쓸 때이다. 이제 강력한 국어정책기관을 만들고 국어 수출에 힘쓸 때이다. 영어 교육과 발전에 1조 원을 쓰면 국어 교육과 발전에 그 10%인 1천억 원이라도 써라. 지금 국어 정책엔 그 100억밖에 안 쓰고 있으니 그게 무슨 꼴이냐! 이 나라는 당신들 미국 영어 광신자만의 나라가 아니다!

"영어 나라를 만들겠다는 자들아! 영어가 무슨 만병통치약이나 요술방망이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인도와 필리핀 꼴을 만들고 싶지 않다면 당장 그 짓을 집어치우라! 그리고 나라 돈으로 국민에게 영어 강요하지 말고 너희 돈으로 너희나 잘하라! 미국 유학을 한 학자나 미국 국적을 가진 분이나 미국에서 더 많이 지내는 기업인과 영어로 돈벌이 하는 이는 영어 교육을 말하지도 말고, 대통령이나 정부 주위에 맴돌지 말라! 무엇이 무서워서 제 편만 모아서 영어 교육 공청회를 한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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