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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불발] 引而不發, 君子는 坦蕩蕩&小人은 長戚戚

낙엽군자 2017. 9. 27. 18:52





10월 5일 수요일 [인이불발] 引而不發

 

 

오늘 10월 5일은 ‘교과서의 날’입니다. 교과서연구회가 교과서 개선과 연구개발 촉진 등을 목표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문교부가 발행한 『국어 1-1 바둑이와 철수』의 발행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입니다.

 

 

철수와 영이의 대화가 이어지는 최초의 스토리텔링식 교과서였고, ‘영이 야, 이것 이 무슨 꽃 인지 아니?’처럼 명사와 조사를 일일이 띄어쓰기한 것도 특징입니다. 이후 우리나라 국어 교과서 집필의 근간이 되며 역사적으로 큰 의의를 가집니다. 뒤이어 공민·역사·지리·음악 등 54종의 교과서가 발행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철수와 영이가 60~70년대를 대표하는 교과서 주인공으로 알고 있지만 철수와 영이는 1964년까지만 주인공이었습니다. 이후, 1964~72년엔 인수와 순이, 73~83년엔 기영이와 순이가 주인공이었지요.

 

 

한국교육과정ㆍ교과서연구회는 2005년 1월 근대화 교과서(1895년 8월 <국민소학독본>) 발행 1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교과서의 날 제정을 발의하였고,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2006년 교과서의 날이 선포되었습니다.

 

 

교과서의 날, 맹자의 인이불발(引而不發)이 떠오릅니다 .

 

 

引 끌 인

而 말 이을 이

不 아닐 불

發 필 발

 

 

<맹자(孟子)> 진심상편(盡心上篇)에 나오는 이 말은 ‘화살을 메겨 시위를 당기기는 하나 활을 쏘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남을 가르칠 때는 스스로 그 이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학문하는 방법만 가르치고, 함부로 모든 것을 다 가르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원문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公孫丑曰 道則高矣 美矣 宜若似登天然 似不可及也 何不使彼爲可幾及而日孶孶也.

(공손추왈 도즉고의 미의 의약사등천연 사불가급야 하불사피위가기급이일자자야)

孟子曰 大匠不爲拙工改廢繩墨 羿不爲拙射變其彀率. 君子引而不發 躍如也. 中道而立 能者從之.

(맹자왈 대장불위졸공개폐승묵 예불위졸사변기구율 군자인이불발 약여야 중도이립 능자종지)

 

 

公孫丑가 말했다.

“道가 높고 아름다운 것이긴 하나 분명 하늘에 오르는 것과 같아서 이르지 못할 것 같으니 어찌하여 저들로 하여금 거의 이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날마다 부지런히 힘쓰도록 하지 아니하십니까?”

 

 

'맹자(孟子)'가 말했다. "훌륭한 목수는 서투른 목수를 위해 먹줄을 고치거나 바꾸지 않고(大匠不爲拙工改廢繩墨), 명궁인 '예'도 서툰 궁수를 위해 활의 시위를 당기는 정도와 방법을 바꾸지 않는다.

 

 

君子 引而不發 躍如也 中道而立 能子從之

(군자 인이불발 약여야 중도이립 능자종지)

 

 

군자가 활을 당겨서 쏘지 않고서 화살이 튀어나갈 듯한 상태에서 적절한 방법을 취하여 서 있으면, 능한 자는 따르는 것이다.”

 

 

활시위를 당겨도 때가 올 때까지는 쏘지 않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도 아무렇게나 함부로 가르침을 받도록 하지 않으며, 배우는 사람이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이끌어 그 시기를 기다릴 일입니다.

 

 

남을 가르칠 때는 함부로 모든 것을 다 가르치지는 않는다는 인이불발(引而不發)을 보며, 교과서는 정말 말 그대로 교과서적인 바른 내용과 도를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10월 6일 목요일 [탄탕탕] 坦蕩蕩

지난 라디오 시사고전에서는 군자와 소인의 차이점은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문제의 원인을 두고서 남 탓을 하는가와 자신을 반성하는가에 있다는, “군자구저기(君子求諸己) 소인구저인(小人求諸人)"를 말씀드렸는데요, 군자와 소인의 네 번째 차이는 탄탕탕(坦蕩蕩)입니다.

 

 

坦 평탄할 탄, 너그러울 탄

蕩 방탕할 탕

蕩,방탕할 탕

 

 

<논어(論語)> 술이편(述而篇)에 나오는 이 말은

 

 

子曰 君子는 坦蕩蕩이요

(자왈 군자는 탄탕탕이요)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평온하여 느긋하지만,

 

 

小人은 長戚戚이니라

(소인은 장척척이니라)

소인은 늘 조마조마하여 초조해 한다.”  가 원문입니다.

 

 

군자는 하늘마음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하늘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가난해도 행복하고, 죽어도 즐겁습니다. 이 세상에 걱정될 것이 없습니다. 늘 느긋합니다. 주희는 군자의 마음이 평탄하고 넓디넓을 수 있는 것은 깊은 못에 임한 듯이 하고 얇은 얼음을 밟는 듯 자신을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소인은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노심초사합니다.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까?’ 늘 걱정합니다. 또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기고 돈을 벌었을 때도, ‘다른 사람이 나를 따라잡지 않을까?’ ‘내 돈을 빼앗아 가지 않을까?’ 불안하고 초조해합니다.

 

 

또 소인은 외물에 휘둘리며 천명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에 마음이 늘 불안합니다. 삶의 자주성이 없기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이지요.

 

 

고려 말의 이색은 “근심 없는 이가 성인이요, 근심을 해소하는 이가 현명한 사람이요, 근심으로 일생을 마치는 이가 소인이다.”라고 했습니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올바른 이념을 지키며 홀로 우뚝하기에 번민이 아예 없는 존재가 성인입니다. 번민이 있더라도 그에 빠지지 않고 번민을 해소해 가는 존재가 현명한 사람입니다. 이에 비해 명리에 집착해서 근심 걱정으로 삶을 허비하는 사람은 소인입니다.

 

 

군자는 늘 평온하고 느긋하지만, 소인은 늘 조마조마하여 초조해 한다는 탄탕탕(坦蕩蕩) 장척척(長戚戚). 한 걸음만 뒤로 물러서서 느긋하게 세상을 바라보시면 어떠실까요? 욕심이 만든 초조함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