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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를 하찮게 여기니’…MB, 창경궁 만찬 재논란

낙엽군자 2008. 2. 13. 22:45
‘문화재를 하찮게 여기니’…MB, 창경궁 만찬 재논란
2005년 명정전 만찬 장면, 인터넷에 떠돌며 누리꾼 비난 고조
입력 :2008-02-13 14:40:00  
[데일리서프라이즈 조은아 기자] 숭례문 화재 참사와 관련, 2006년 숭례문을 처음 개방한 전 서울시장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상에서는 이 당선자가 지난 2005년 세계신문협회 총회 때 창경궁 명정전 만찬에 참석한 사진이 일파만파로 퍼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사진은 지난 2005년 6월 1일 저녁 창경궁 명정전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총회 폐막 만찬에서 찍힌 것으로 당시 이 만찬은 신성한 국가 문화재 내에서의 ‘음주-흡연’ 사태로 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13일 한 누리꾼이 당시의 기사를 발굴,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하면서 이같은 사실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한 누리꾼이 게재한 2005년 세계신문협회 창경궁 명정전 만찬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사진  

명정전은 국보 295호로 고궁 중에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때문에 특히 화재 위험이 큰 문화재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만찬에서는 흡연 및 음주가 자유롭게 이뤄져 큰 비난을 받았다. 당시 창경궁 안에서의 흡연과 음주에 관한 사전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며 심지어 참석자들 중 몇몇은 명정전에 들어오면서 바로 담배를 피워 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만찬 당일 현장에서 만찬장을 모니터링했던 김성한 문화유산연대회의 사무처장은 당시 한 언론 인터뷰 중 “박물관의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게 문화재는 조명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인데, 다른 나라에서라면 야간에 대규모 조명을 켜고 문화재 터 앞에서 파티를 벌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당시 총회만찬을 허가해준 문화재청의 심의 역시 형식적인 문서보고와 결재만 있었을 뿐 문화재 위원들의 심도 있는 검토나 실질 심의는 없이 졸속으로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이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문화재청이 장소사용심의위원회 사전심의를 거친 뒤 허가해야한다는 자체 규정도 무시했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문화재청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창경궁이 창경 주점이 돼버렸다. 문화재청은 포장마차 사업도 하냐”,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난장판 술잔치 하는 것 봤냐”는 등 시민들의 비난도 쏟아졌다.

그러나 이에 문화재청은 “관련규정에 따라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허가했으며,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허가규정 준수 등을 전제조건으로 앞으로도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날 만찬에 참석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우리의 역사를 문을 닫아 놓으면 아무도 모른다. 외국 사람에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에서 문화재청이 열린 마음으로 한 거 같다”고 문화재청의 처사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들은 표정이 떨떠름한데 이 당선자는 좋다고 웃고 있다”

이런 이명박 당선자의 ‘전력’을 확인한 누리꾼은 “손님접대하려고 개방한거냐”며 이번 숭례문 참사와 관련 이 당선자를 향한 비난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의 아이디 ‘짱가’는 “외국인들은 표정이 떨떠름한데 이 당선자는 좋다고 웃고 있다. 한심하다. 조상님들이 화병 나겠다”고 한탄했다.

‘문평당’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누리꾼은 “창경궁이 손님 접대하는 식당이더냐. 누구의 허락을 받았느냐. 조상님께 받은 것이냐 아니면 국민이 허락했느냐”라며 “대통령이 되기 위해 잔머리 굴린 대가를 꼭 받고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니 기다려라”라고 일침을 가했다.

아이디 ‘광야’는 “숭례문도 문광부 반대 무릅쓰고 개방해서 태워 먹고, 대운하 건설을 시작해서 한반도 전체를 태워 먹으려고 하고 있다”며 숭례문 참사를 넘어 대운하 건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누리꾼 ‘해뜨는 동쪽’도 “이명박 당선자는 호국영령들 앞에 백배 사죄해야 한다. 또한 경부대운하 계획도 국민 앞에 폐지시키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대한민국 금수강산은 네 개인의 영달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대손손 민족의 반역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라고 일갈했다.